<서울아기건강첫걸음>사업 참여의 경험(2017.12.11)

관리자l2018-01-09l 조회수 7562


2017년 12월 11일 결과보고회에서 동작구 보건소 영유아 건강간호사 김계자 선생님께서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사업 참여의 경험을 들려주셨습니다.

 

지속방문의 경험을 정리하다가

암울한 시절에 자신의 이름을 부끄러워하며 슬퍼하던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패 경 옥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가 된 이름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시인이 친구의 이름을 부르듯이

지난 5년간 지속방문을 다녀온 산모들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았습니다.

우울, 한 부모, 어린 시절의 정신적 신체적 학대, 버림받고 차별 받았던 기억, 흡연, 다문화가정의 산모들의 이야기

임신과 출산으로 힘이 들어서 자신을 추스르기 힘들어하던 다양한 사연의 산모들

한 사람 한사람 이름을 부르면서 엄마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둘씩 미완성의 그림을 그립니다.

 

친정엄마의 가출과 재혼으로 받은 배신의 상처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이 불편한 산모의 얼음장 같은 마음이

쌍둥이 육아를 통해 녹아내리는 것을 보았고,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편부 슬하에 자라서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몰라 우울했던 산모,

마마보이 남편과 시어머니의 동거와 어린 두 아이의 육아가 힘겨워서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산모가

‘아내의 기도가 남편을 세운다.’ 를 읽으며 변화하며 남편과 자신을 바꿔 놓는 이야기도

큰아이와 함께 받은 치유 상담이 자신의 방식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아야겠다고 엄마를 변화로 이끌었고

그 변화가 가족 모두를 행복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

막막하고 어두운 상황에서도 태어날 아기들의 건강을 생각하라는 말에 금연으로 대답해준 쌍둥이 엄마

방문 갈 때 마다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는데 방문 마지막 날에야 ‘도움이 되었다’고 가장 긴 문장의 작은 목소리로

감사를 표현하며 다른 도움을 뿌리치던 안타까운 산모

자신의 시각 장애를 더 빛나는 도구로 바꾸어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육아에 정성을 다 하며 알려 주는 대로

육아를 잘 따라하던 지혜로운 엄마.

저는 엄마들이 스스로 모든 것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가 그녀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 주며 격려하고 공감해 주기, 그리고 옆에 있음을 알게 하기 뿐이었습니다.

 

때론 그녀의 요지부동에 좌절하고 머리를 움켜쥐며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몇 번이나 공을 들여서 연계한 상담이 1회성으로 끝나고, 상담에 기대를 걸었던 산모가 좌절하고 더 힘들어 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설렘을 주고 싶은데 망설임을 손에 쥐고 놓지 못하는 그녀들이 안타까웠지만 기다려주고 곁에 있다 보면 그녀들이 내 곁으로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속방문 대상자가 자해를 시도 했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당황스럽고 황망해서 모든 스케쥴을 연기 하고 달려가서

가볍게 치료 받고 퇴원 한 산모를 마주하고 나서야 안도 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무엇보다도

아기들이 나를 반기며 알아줄 때

새삼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그녀와 아기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이 나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고 내가 가진 것에 진심으로 감사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 시켰습니다.

내 인생을 좀 더 가치 있는 것을 향할 수 있도록 배움을 주신 분들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 사업에 동참하고 계신 모든 선생님들과 교수님들께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 12. 11 김계자

사진 2017. 12. 11-vert.jpg (693 x 731, 120 K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