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단l2020-06-02l 조회수 4208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은 2013년 서울의 3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된 산전·조기 아동기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영유아 건강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출산 전후 어려움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방문, 엄마모임, 연계 서비스 등을 통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살피고 아기가 최적의 발달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0인의 간호사들이 찾아간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생활고를 겪는 산모들이 이 사업을 통해 크게 도움을 받은 내용이 실렸다.
우울증을 앓는 산모는 아기를 안고 창문을 서성거리거나 옥상 난간을 서성거리다가 간호사의 도움으로 병을 극복한다. 가난한 미혼모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간호사를 통해 다른 국가 서비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출산하려는데 시어머니가 저한테 와서 계속 우셨어요. 본인 세대가 제일 힘들다고 하면서요. 자기는 효도를 했는데 못 받고, 끼어 있는 세대라고. 아닌데. 아들이 잘하는데. 정작 내가 힘든데. 그날도 조산기가 있어 힘들었는데, 시어머니 얘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는데 울고만 계시니까, 제가 그랬어요. ‘어머님, 저희 세대가 더 힘들어요.’ 저도 이렇게 힘들게 산 인생인데.” (그녀가 물건을 버리지 못한 이유 - 본문 중 발췌)
“사실 엄마들의 엄마들도 울고 싶을 것이다. 위로받고 싶을 것이다. 한껏 달려온 세월에 목까지 숨이 찼을 것이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살아내라고 한 세월이 힘겨웠을 것이다. 가진 것이 없었다고 느낄수록 이제는 자원이 된 자식의 가족을 움켜쥐고 위로해달라고 보상해달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된다는 건 자신의 손에 가까스로 들어온 호기로운 행세마저 놓고 떠나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외로운 엄마들을 돌보는 건, 살아낼 수 있게 지탱해주는 건 가족의 좁은 울타리가 아니라 사회의 몫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엄마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다.” (어머님, 저희 세대가 더 힘들어요 - 본문 중 발췌)
산전후 우울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라도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하면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송두리째 뒤바뀐 삶을 맞닥뜨리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는 엄마들의 정신 건강은 당연히 아기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리고 산모의 정신 건강을 살피고 더 나아질 수 있게 간호사가 도우면 엄마와 아기 모두가 좋아진다고 모든 여성들이 증명해낸다.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는 한국사회에서 엄마로 살고 있거나 엄마가 될 예정인 모든 여성을 위한 이야기며 국가의 복지 서비스를 통해 그녀들이 스스로를 구해낸 특별한 이야기기도 하다.
한편 2018년 서울에서 태어난 아기 약 1만6000명이 보편방문 서비스를 받았으며 1400가구가 지속방문 서비스를 받았다. 산모가 지속방문 서비스를 신청하면 2년6개월 동안 최소 25회 방문간호를 받을 수 있다.
[출처: 김창효, <레이디경향>, 2020. 6. 2.]